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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모모의 서울탈출/충청도

[공주] 1일차 - 백제의 흔적을 찾아 나홀로 배낭여행 시작 (161022~161023)

 

[Prologue]

 

단풍이 보고는 싶은데,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엔 조금 부담스러웠던 10월.

바로 지도를 펴 서울에서 가까운 여행지를 찾던 중 공주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 취재 때문에 워낙 자주 갔던 지역이라

무의식적으로 기억에서 지우고 있었던 충청도.

백제 유적의 중심지인 공주와 부여를 그동안 잊고 지냈다는 게 순간 억울했다.

 

전날 밤 3시에 급 결심한,

공주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진짜 아무 계획이 없었던ㅋㅋㅋㅋㅋ

나홀로 1박2일 공주 여행 스타뚜!

 

[1일차]

일정 : 1시 출발(일산) → 도착 (공주) → 풀꽃문학관 → 제민천 → (구) 공주읍사무소 → 공주제일교회 → 한옥마을 → 산성시장

 

 

단풍 여행철이라 차라리 조금 늦게 출발하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왠 걸...

일산에서 공주까지 거진 3시간 반이 소요됐다.

게다가 6시 반 이후로 할 게 아무 것도 없는 도시, 공주....

여행을 제대로 즐길 거면 역시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제일일 듯 싶다.

 

 

돌아갈 기차 표를 미리 구매하고,

드디어 공주 시내로!

 

 

성인이 되고 처음 와본 공주.

솔직히 내 첫 이미지는 '작다', 그리고 '조용하다'였다..

묶을 수 있는 숙소가 너무 없어 예약하느라 고생이었는데,

공주에 와 보니 숙소 문제가 조금은 이해가 갔다.

공주는 전주, 강릉 같은 관광도시가 아닌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작은 도시의 느낌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조용히 머리를 식히고 싶었던 내겐 일단 '호'!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풀꽃문학관.

근대 일본인 저택을 보존, 개발한 건물이라 일본 건물 특유의 작고 아늑한 느낌이다.

다른 지역 문학관들과 달리, 실제로 나태주 시인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그냥 사람 좋은 문학관 직원이라고 생각했던 분이

실제 나태주 시인이었단 얘기에 작게 멘붕...

미리 알고 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나태주 시인이 직접 쓰고, 그린 병풍과

여태껏 모아왔던 책자, 기념품 등이 전시돼 있는 응접실

 

사진에 찍힌 내용이 사실상 전시의 전부라,

정형화된 관광지를 기대하고 온 사람이라면 그 작은 사이즈에 실망하고 돌아갈 듯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풀꽃의 유명한 구절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볼거리가 많진 않지만,

시인이 직접 그린 풀꽃, 직접 쓴 구절들을 읽으며 작게나마 힐링할 수 있었으니까.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여기저기 데려다 주신 덕분에

제민천, 구 공주읍사무소 등 계획에도 없던 제민천 근대문화유산을 빠르게 둘러볼 수 있었다.

 

몰랐던 사실인데,

유관순 열사가 나고 자라고,

한국에 기독교, 천주교가 처음으로 뿌리 내린 지역이 공주라고 한다.

사진 속 주제일교회 역시,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회라고...

 

그래서인지 백제 유적보다도 종교 관련 유적이 특히나 더 많았던 공주.

내부 관람이 어렵거나, 흉가 상태인 곳들이 많았지만

요즘들어 예전 모습으로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공주는 나중에 한번 더 와봐야겠다.

 

 

 

 

동학농민운동 사상 최대접전지였던 우금치전적지

 

일본의 내정간섭이 극에 달하던 시절.

이를 지켜볼 수 없었던 전봉준 장군은 2차 농민봉기를 일으킨 뒤,

전략적 요충지였던 공주를 차지하기 위해 1만 여명의 농민군을 이끌고 공주로 진격한다.

하지만 상대는 총으로 무장한 관군과 일본군 연합이었다.

결국 우금치 전투에서 대패한 농민군.

이후 동학농민운동은 실패로 끝났고, 일본은 조선 침략 속도를 가속화하였으니...

 

만약 당시 농민군이 관과 일본군 연합을 물리쳤다면 우리의 역사는 지금과 달랐을까?

역사를 말할 때 '만약'이란 말을 붙이는 게 무의미하단 걸 알면서도 괜히 더 가슴이 먹먹해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