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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혼자놀기/요즘생각

감각에 대한 기억 어렸을 때 좋아했던 일본 만호 중 주인공이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애쓰는 내용이 있었다. (카드캡처 사쿠라였나...) 소중한 이들에 대한 기억을 어떡하든 간직하려 애쓰던 주인공은 결국 세계 평화(?)를 위해 자신의 기억을 포기한다. 어린 나는 그저 주인공이 우는 것에 따라 같이 슬퍼했을 뿐, 주인공이 그토록 소중히 하는 기억의 가치에 대해선 그리 크게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사실 어릴 적 소중한 기억이래봐야 좋아하는 친구나 숨겨둔 과자의 위치 정도이니. 낯선 것보다 익숙한 것이 더 많아진 요즘에 와서야 세계 평화와 견주어도 아쉬울 기억의 가치에 대해 새삼 곱씹어 생각해보게 된다. 나에게 기억은 단순히 경험들이 쌓여 생성된 데이터베이스 같은 게 아니라 이젠 두번 다시 경험해볼 수 없을 감각의 영역.. 더보기
문득 아쉬운 예전엔 글을 쉽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글쓰기에 익숙치 않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쉽게 쓰인 글은 쉬운 만큼 나의 감정을 얕게 담고 있는 것만 같아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아쉽다. 그때 설령 완성되지 않은 문장이라 할지라도 한 자라도 더 많은 글을 남겼어야 했는데. 얕은 마음과 완성될 수 없는 불안정한 감성이 어린 젊음의 전유물임을 그때의 난 몰랐다 더보기
[신비아파트 극장판] 개봉을 기다리며... 어느덧 시즌2, 파트1을 끝내고 극장판 다른 피디 지망생들과 다르게 난 영화 쪽으론 특히나 더 관심이 없었는데 (물론 좋아하는 영화야 있었지만...) 그런 내가 이렇게 가장 먼저 극장판을 경험하게 되다니. 역시 세상 일이란 건 무엇 하나 예상대로 흘러가는 일이 없다. 방송이나 영화나 에러가 없어야 한단 건 매한가지지만 영화는 특히나 그 압박이 더 심했다. 수정할까말까 고민했던 컷들은 마지막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 후회를 낳았고,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상황까지도 제발 안보였으면 하는 미스들이 자잘히도 눈에 띄었다. 덕분에 삼십몇년 만에 처음으로 피부병까지 얻게 됐지만, 어쨌든 이제는 내 손을 떠난 작품.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다해봤다 위안하며 이제는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하리와 아이들을 지켜보려고 한.. 더보기
4월이야기 정신 없는 3월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시간 꿈꿔왔던 시나리오 한 편 탈고를 이뤘고, 사회적으로도 회사에서 맡았던 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그리고 오늘부로 드디어 마지막 청첩장까지 모두 돌리며, 결혼 준비 역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당장 2월만 하더라도, '미쳤어 주현아...대체 어떻게 다하려고...'라며 자조했었는데. 해야 할 일은 결국 어떡하든 하게 되는 것 같다.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너무 지쳐 있어서 그런가. 난 결혼이 코앞에 닥치면, 청춘이 끝났다는 사실과 삶에 대한 압박감으로 우울이 극에 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전혀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엄마의 얼굴을 괜히 한번이라도 더 보게 되고, 그토록 싸웠던 아빠 조차도 짠하게 느끼는 보통 예비신부들이 겪는 모든 감정의 변화들을 반전 없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