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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기/본것

[남한산성] 좋은 배우와 깊이 있는 배우, 통찰력 있는 감독의 멋진 하모니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청의 대군이 공격해오자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 속 청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
대신들의 의견 또한 첨예하게 맞선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청의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그 사이에서 ‘인조’(박해일)의 번민은 깊어지고, 청의 무리한 요구와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데...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나라의 운명이 그곳에 갇혔다!

개봉일: 2017년 10월 3일

감독: 황동혁

원작자: 김훈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

배우 :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등


표가 나왔지만 사실 보러가기 싫었다.

유명한 배우에 오스카 상이 빛나는 작곡가, 그리고 CJ와 전쟁. 군함도나 인천상륙작전 같은 그렇고 그런 국뽕 신파 영화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평이 그리 나쁘지 않아 본 영화. 2017년 사극 중 최고의 사극이라 아닐까 생각한다.

사극의 최대 스포는 역사라고, 인조가 결국엔 패배를 선언하고 엔딩엔 삼전도의 굴욕이 나올 거란 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사실. 중요한 건 그 과정이었다. 감독과 작가, 배우들은 남한산성에 갇힌 그 치열했던 47일간의 시간을 오버 없이 담담하게, 하지만 빈틈 없이 무게감 있게 그려낸다. 게다가 인물 하나하나에 치우침이 없다. 인조가 어떠느니 최명길이 어떠느니 하는 선입견은 사라지고 그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설득력만 남는다,

감독 인터뷰 중 두번다시 사극은 찍지 못할 것 같다는 내용이 있었다. 관객으로선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남한산성>이란 한 편의 영화에 그만큼 혼신의 힘을 쏟은 감독에게, 아니 모든 관계자에게 갈채를 보낸다

"그해 봄, 민들레 꽃이 다시 피었다"